[앵커]
수십톤의 쓰레기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손가락질 받곤 하지만,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저장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겁니다.
다만, 자칫 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어 문제인데요.
치워도 치워도 다시 쌓인다는 쓰레기집으로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.
[기자]
지난달 13일 경남 산청의 주택에서 불이 나, 40대 지적장애 여성이 숨졌습니다.
집 안에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에 촛불이 옮겨 붙은 겁니다.
[배미자 / 이웃 주민]
"우리 동네에 쓰레기 갖다가 내버린다고 하면 거기에 가서 뒤져서 가지고 올 건 다 가지고 와요. 조그만 방에 자기들이 못 들어갈 정도로 채워져 있다고 하니까요."
쓸모나 가치 없는 물건을 모아두거나 버리지 못하는 정신질환을 '저장장애'라 부릅니다.
3층짜리 가정집의 발코니며 계단, 마당까지 온통 폐기물로 가득찼습니다.
집 마당을 가득채운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지 않도록 이렇게 대문도 걸어 잠가놨습니다.
[옆집 공사 관계자]
"(집주인이) 담 넘어서 내려오는 거 봤어요, 오늘 아침에. 그러고 또 폐품 한 수레 가지고 와서 들어가시더라고요."
주민들은 냄새도 냄새지만 불이 날 것 같아 늘 불안합니다.
[앞집 주민]
"아주 지쳐버렸어, 우리도 그냥. 여름에는 냄새가 너무 많이 나. 여기 불도 났었잖아요. 안 치우니까 누가 불을 질러버려서. 새벽에 나오고 난리 났었어요."
2년 전, 설득 끝에 쓰레기 300톤을 수거했지만, 또다시 쌓인 겁니다.
[남병조 / 동주민센터 담당자]
"치워도 또 쌓이고 쌓이고 그러니까 자제분들한테도 양해 구하고 부모님을 설득하라고 해도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."
뇌 손상 이후 실직한 뒤 뭔가를 끊임 없이 모아왔다는 50대 남성.
[저장장애 50대 남성]
"뇌 다쳐서. 넘어져서 계단에서 굴러서 한 3~4개월 정도 병원에 있다가 깨어나서 살아온 거니까."
두 달 전, 주민센터에서 3톤의 쓰레기를 치워갔지만, 또다시 잡동사니가 쌓여갑니다.
[현장음]
"(지금은 안 모으세요?) 네. (이건 쌓아놓으신 건 아니죠?) 네."
특수청소업체 직원들과 함께 인천의 한 원룸으로 향했습니다.
현관문을 열자 쓰레기산이 나타납니다.
원룸 바닥이 발 디딜 곳 하나 없을 정도로 각종 쓰레기와 음식물, 옷가지들로 뒤엉켜 있는데요.
집 안은 고양이 배설물 냄새와 쓰레기 악취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입니다.
의뢰인은 20대 초반의 여성.
이사를 가려면 집 청소를 해야 하는데, 업체를 불러도 무려 8시간이 걸렸습니다.
[김현섭 / 특수청소업체 대표]
"(의뢰인은) 청년 층의 비율이 제일 높고요. 혼자 사시면서 바쁘셔서, 몸이 안 좋아지셔서 아니면 무기력해지셔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…"
최근 저장장애 환자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뇌 손상 등의 원인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.
[김민아 /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]
"저장장애는 본인이 치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. 본인이 치료 의지를 가지게 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하고, 전 세대에 걸쳐 있기 때문에 꼭 노인, 젊은이 구분하지 말고…"
전문가들은 저장장애 환자의 경우 집을 치워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상담과 의료지원 등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.
다시간다 이솔입니다.
PD : 홍주형
영상취재 : 이명철(스마트리포터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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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가 : 김예솔
이솔 기자 2sol@ichannela.com